issueblo

안녕하세요. 기분이 너무 묘해요.

슬프기도하고 화도나고 속도상하고 서럽고 .. 






모든감정이 뒤섞여있는 상태로 글을 쓰는거라

좀 횡설수설 할 수도 있을것같아요.





 

제나이 28, 오빠는 30살이에요.

파혼했으니까 전남친(?) 이라고 할께요.

 

예정대로면 올 1월 결혼해서 지금쯤 알콩달콩 신혼생활 하고있을텐데,

상견례. 집. 신혼여행. 폐백. 예단. 예물 .. 뭐 다 해놓은 상태에서 파혼했어요.

제가 아는 이유는.. 너무 황당해서 다른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그냥 저한테 둘러댈 말이 없어서 얼토당토않는 이유를 말해준것같아요.

 

제가 웨딩촬영때문에 쌍커풀 수술을 했어요.

3~4개월 정도면 붓기가 다 빠질줄 알았는데.. 안빠지더라구요.

웨딩촬영을 좀 미뤘는데도 붓기가 안빠져서 결국 그냥 진행했어요.

지금도 붓기가 안빠져요. 아니, 어쩌면 너무 두껍게 해서 이렇게 된것같기도 하고..


 

어쨌든 근데, 결혼하기 한달전에 파혼했구요 파혼이유는 제 쌍커풀때문이래요.

도저히 다른사람같고 정이안간대요. 그렇게 싫어지다보니 어느순간 역 하다는 생각도 들었대요.

그래서 관계를 맺을때도 키스를 할때도 싫은데 억지로 한답니다.

그렇게 평생 살 수 없을 것 같으니, 파혼하자네요.

결혼식을 한달 남겨둔 상황에서요..

몇날 몇일을 식음 전폐하고 울고 불고 매달려도 소용 없었어요.

쌍커풀때문이라니. 성격차이도, 집안차이도아닌 쌍커풀때문이라니.

수술하기전에 미리 얘기했고 성형외과에 상담받으러도 같이 갔는데,

하고 나니 본인이 원했던 모양새가 아니었나봐요.

그때는 슬펐는데 지금생각하니 어이없고 빡치네요.

 

그리고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름대로 꾸미고 다녀요.

그런데 문제는요

 

저랑 전남친이랑 사귈때부터 친한 언니가 있었어요. 그 언니를 A라할께요.

전남친이랑 A는 고등학교 동창이구요, 졸업 후 연락이 안되다가 같은회사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오빠가 사수이고, A가 후임.

그러다보니 저와 전남친, A와 A남친 넷이서 스키장도 가고 조개구이도 먹으러가고

잘 붙어다녔어요. A가 남친과 헤어지고는 세명이서 잘 다녔어요.

 

저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남친과 문제가 생겼을때

잘 조율해주는 A한테 고마운적도 있어요.

저랑 전남친이 만나는동안 둘이 회사에서 매일 붙어있긴하지만

단체카톡방으로도 셋이 대화를 잘 주고받았고 전 전혀 불안한 감정이 없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오빠랑 파혼했을때 A를 만나서 정말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밤.새 울었어요. 밤부터 아침 해뜰때까지 정말 쉬지않고 계속 울면서

청하를 5병이나 마셨어요. 혼자.

언니붙잡고 얼마나 하소연을 많이했는지..

 

언니 나 오빠가 너무 보고싶다

언니가 오빠한테 연락해서 나오라고좀 해줘라

뭐 등등 구질구질하게 매달려가면서 울고불고 했었죠.

결국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바로 어제.

 

그둘이 사귄다네요. 사귄대요.

페이스북에 올라온 '연애중' 표시를 보고 제눈을 의심했어요.

언제부터 만났는지는 모르겠어요.

전남친이 A에게 시계며, 운동화며 막 사주고

둘이 마라톤도하고 로즈데이때 장미꽃도 사다주고

캠핑도가고 남이섬도 가고 그냥 제 느낌으로는 '아 꽤 오래됐구나' 라는 직감이 들어요.

 

그리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정말 배신감에 치가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그언니한테 전화했어요.

오빠랑 진짜 사귀는거 맞냐고..

뭐 사실 저랑 만나면서 바람핀것도 아니고 오빠랑 저는 이미 끝난사이니까

쿨하게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전화한건데

멍청하게 또 눈물이 왜이렇게 나는지.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이 미안하대요. 사귀는거 맞고 저한테 염치가 없대요.

저는 그냥 듣고만있었는데 본인이 알아서

앞으로 제 눈에 띄지 않겠다네요. 자기들 조용히 숨어 살겠대요.

 

쿨하게 하겠다는 생각과 다르게 또 그렇게 안되더라구요..

부들부들 떨면서얘기했어요

너네들 더럽다고. 내가 그렇게 밤새 울고 밥도못먹고 회사도 못가고 반죽어가면서 힘들어하는걸

바로 옆에서 지켜봤으면서 어떻게 니네둘이 나한테 그럴수가있냐고.

티내지나 말던가. 평생 저주할꺼라고. 너네 둘이 꼭 결혼해라 알겠니?

 

했더니, 대충 기억나는대로 그대로 적을꼐요

"듣자듣자 하니 말이 좀 웃기네. 내가 바람을 폈냐 너랑 사귀는데 꼬리를쳤냐.

뭐랬길래 우릴 저주하는데? 니가 쌍커풀수술 망해서 차여놓고 어디에서 화풀이야?

그래도 결혼전에 차인 너 불쌍해서 내가 니 하소연 다 들어주고.

어쨌든 니가 속상해할테니까 너 배려해서 앞으로 니 눈에 안띄고 살겠다는데.

그럼 고맙다고 해도 모자를판에 니가 뭔데 우리를 저주하냐고.

너 불쌍해서 숨어살아주려했더니 안되겠다.

너 보란듯이라도 주변 구석구석 우리 사귀는거 다 얘기 해줘야겠네.

꼭 결혼하라고? 어 안그래도 할려고했으니까 니걱정이나 해.

눈이나 좀 어떻게 하고. 그거 과해가지고 남자 만날순있겠니?"

 

하고 그냥 뚝. 끊겼어요 전화가.

너무 억울하고 화나서 다시 전화해서 욕이라고 하고싶었는데

솔직히 할 말 없더라구요.

 

제가 차인거고 이미 끝난거고

남녀사이에 정분나서 만날수도 있는거고

생각해보면 A말이 틀린거 하나없는데

저 너무 너무 억울하고 사실 아직도 오빠가 너무 좋거든요.

 

전남친이랑 저랑 연애만 6년했어요 6년.

오빠네 부모님도 다봤고,

오빠 할머니 돌아가셨을때 장례식장가서 2박3일 밤새고 일손도 도왔고

김장때도 도와드리고.

반대로 오빠도 우리집에서 다했어요.

우리쪽 친가 외가 식구들도 오빠 얼굴 다 알아요.

저희 부모님이 결혼할 사이라고 소개 하셨거든요.

 

그냥 내 20대의 모든기억이 다 전남친과 관련된 기억이에요.

어디를 가나 다 전남친과 가본곳이에요.

서울,강원,대전,충청,전라 .. 뭐 전국 구석구석 안가본곳이 없거든요.

그래서 휴가도 못가겠어요.

 

친구들이 벚꽃보러 진해 가자고해도 오빠랑 같이 한 기억이 너무 많아서 못갔고

지금이 비수기라고 가격이 조금이라도 쌀때 빨리 갔다오자고

양평,남이섬 등등 얘기를 해도 전 못가겠어요.

오빠랑 같이 한 기억때문에 정말 마음이 너무 아프거든요. 아직도.

 

오빠랑 결혼문제로 싸움이 있었던것도아니고,

만나면서 크게 어떤 문제가 있었던것도아니에요.

만나는 동안 한결같이 행복했고, 정말 한결같이 사랑했는데.

 

말도안되는 이유로 결혼자체가 깨져버리니. 진짜 미칠것같아요.

정말 쌍커풀수술때문에 헤어진거라면 그 자체도 너무 비참하구요.

 

저 두사람 정말 저주하고싶습니다.

제가 이상한건가요?

전남친과 A가 당당해도.. 아무 이상할게 없는거에요?...

진짜 복수하고싶어요........



요즘 시대에


쌍커풀


수술이 뭐 그렇게 대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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